[기사공유] ‘열’ 샐 틈 없는 태양광 공동주택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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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들이 빼곡한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18년 12월 야트막한 공동주택단지가 새로 들어섰다. 하얀 건물 외벽과 옥상에 파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세대마다 밖으로 돌출한 투명 발코니가 있어 단박 눈에 띈다. 7층짜리 공동주택 3동(106세대), 연립주택 1동(9세대), 단독주택 2동(2세대), 합벽주택 2동(4세대)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제로 공동주택’인 노원 이지하우스(EZ House)다.
별도 냉난방장치 없이 여름 26, 겨울 20도 유지
단열효과를 극대화한 에너지제로주택은 가스히터, 에어컨 등 일반적 냉난방 장치 없이 여름 26도(℃), 겨울 20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냉난방과 온수는 지하 160미터(m) 지점에 천공을 하고 지열히트펌프 130개를 설치해 공급한다. 땅 밑 깊은 곳은 계절과 관계없이 15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는데, 지상과의 온도 차를 이용해 여름엔 냉방을, 겨울엔 난방을 제공하는 원리다.
준공 후 1년간 노원이지하우스 에너지 현황을 모니터링한 이응신 교수는 지난 14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입주민들이 패시브하우스에서 에너지 절약을 하며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에 익숙하지 않아 (에너지 절약이) 생각만큼은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래도 타 건물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 정도로 줄인 점에 만족하고 에너지 절약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증단지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다음에는 더 완벽하게 제로에너지건물을 짓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노원이지센터를 운영하는 노원환경재단의 원영준(39) 팀장은 “우리나라의 기후환경과 문화 등을 고려해 한국형 패시브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여름의 폭염이나 겨울의 강추위처럼 기온변화가 급격할 때는 기존 패시브하우스 시설만으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공기난방을 하는 서구와 달리 온돌을 써온 우리나라에서는 바닥 난방에 대한 수요가 있다. 이런 부분이 향후 에너지제로주택 설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기정(30·여)씨는 “지난여름에 에어컨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중앙에서 공급되는 지열냉방과 선풍기 하나만 틀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에너지제로주택”이라며 “(에너지제로 공공임대주택은) 최저임금제도처럼 주거복지와 에너지복지를 위해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공공, 2025년 민간건축물 에너지제로 의무화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에너지제로건축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지난해 1월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해 모범적인 건물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제2조는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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